2005년 02월 16일
백제 멸망과 의자왕에 대한 단상
역사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그간 지내온 이야기가 역사입니다.
한 사람의 작은 일상과 이야기가 모이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민족 구성원 전체의 삶과 이야기가 모이면
민족의 역사가 되고  마찬가지로 인류 전체의 삶이 모이면 인류 역사가 됩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소설이 많이 읽히는 이유는 그 안에 이야기가 있고 그 안에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는 역사를 좋아합니다. 역사엔 우리가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시간의 깊이와 싸우고 때론 화해하다
다시 등돌리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역사. 특히 우리나라 고대의 역사를 좋아합니다.
기록의 망실로 인하여 고대 우리나라의 역사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면서 말입니다.
저에게 역사를 읽는 건 안타까움입니다.
특히 우리 고대 삼국의 역사 가운데 백제의 역사를 읽을 때 느끼는 안타까움이란...

백제의 부흥을 꾀하고자 했던 성왕의 전사와 황산벌에서 김유신이 이끄는 신라군에 맞서 싸우다 중과부적으로
끝내 전사해야 했던 계백장군의 이야기는 제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그리고 망국의 이르게 한 백제의 지배층과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의자왕 또한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몇년 전이지만 저는 백제의 옛 도읍이었던 공주와 부여를 돌아본 적이 있습니다.
무령왕릉이 있는 공주의 송산리 고분군을 비롯 부여의 백마강과 낙화암 그리고 백제의 왕궁이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부소산 등등을 말입니다.

저는 이들 유적을 돌아보며 내내 안타까웠습니다
패자의 역사는 승자에 의해 짓밟히기 마련이라지만 칠백년 가까이 이어져왔던 왕국이 있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 유적이 몇 안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 때 '해동증자'라고까지 일컬어지던 의자왕은 왜 자결하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한 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왕으로서 당나라 장수 소정방과 신라의 왕자 법민에게 무릎꿇린 후 절까지 해야했던 의자왕!
의자왕은 끝내 자기 혈육은 물론 수많은 백성과 함께 당나라에 끌려가 자기 목슴을 이어 나갔습니다

의자왕이 끝내 자결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언젠가 멸망한 자신의 왕국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한 가닥 희망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구차한 삶일망정 살아가는 것이 죽는 것보다 훨 가치 있어서일까요?
하기야 의자왕은 당에 가서도 왕과 같은 지위는 아닐지언정 얼마간의 지위를 유지하고 살았습니다
일반인들에 비해서는 아주 풍족한 삶이지요
머지않아 병으로 죽었습니다만.

생각하니 의자왕을 너무 몰아붙인 것 같습니다.
따지고보면 우리 역사에서 망국의 한을 품은 채 자결하는 충신 열사는 있어도 자결하는 군왕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구려의 마지막 왕이었던 보장왕도 신라의 경순왕도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며 그 질긴 삶을 이어갔으니까요

이 땅에 자리하며 끊임없이 서로 싸웠던 고대 삼국 중 제 마음을 주지않는 나라가 어디 하나 있으련만
고향이 전북 김제인 저는 백제에 대한 생각이 남다릅니다
아마도 백제가 다스리던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인지 백제의 백성이란 의식이 자리하고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백제의 역사와 마지막 임금이었던 의자왕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에 서늘한 바람이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한강 이북은 물론이고 바다 건너 요서지방까지 경략했고 왜왕에게 칠지도를 하사했던 근초고왕의 영광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by 모두루 | 2005/02/16 06:41 | 에세이(手筆)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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