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함만 못한 위로 에세이(手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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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랍시고 하는 말이 사람을 더 우울하게할 때가 있다.
몇년 전 월 160 하는 일자리를 소개시켜 주겠단 사람이 있었다.
자기가 날위해 굉장히 신경을 쓰고있단 생색아닌 생색을 내면서.
솔직히 월 160 작은돈 아니다.
우리같은 서민에겐 목숨과도 같이 소중한 돈이다.
그런데 문제는 뻔히 내가 만화를 그리고 있단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는 거다.
어쩌다 이런 이야기까지 들어야 하는 것인지 말은 안했지만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인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닷새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본만화에 있는 의성어를 우리말로 바꿔 그리는 일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출판사 사장이 어느날 일본을 다녀왔는데떼돈을 벌 수있는 아이템을 들고왔다.
만화책이었다.
북두신권을 그린 작가의 또다른 작품이었다.
작품 제목이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내용은 일본 전국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사고로 죽은뒤

똑같이 생긴 사람이 도쿠가와이에야스의 대역을 한다는 거다.
놀랍게도 대역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보다능력이 뛰어났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전투가 벌어지면 초조함에 손톱을 깨무는 버릇이 있었다.
하지만 대역은 같은상황에서 당당했다.
이를 본 가신은 대역이야말로 진정 모셔야할 주군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번역돼있는 출력본 원고를 읽으면서 그닥 재밌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사장은 뭐에 꽂혔는지 이 걸로 큰돈을 벌거라 들떠있었다.
당시는 일본 만화가 한국만화시장을완전히 장악하고있던 때다.
서울문화사와 대원처럼 정식 라이센스를 맺고번역 출판하는 곳도 있지만 해적판만화가
훨씬 많았다.
물론 출판사 사장은 정식 라이센스를 맺고출판하는 것이 아니었다.
만화를 그린답시며 해적판 만화에 글씨작업이나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처량했다.
만화가의 기개를 보여주려면 해적판출력본원고를 첫날 걷어차버려야했다.
하지만 내겐 하루일당 7만원은 목숨과도 같은돈이었다.
나는 비루함을 무릅쓰고 닷새동안 글씨 작업을 해나갔다.
마지막날이었을 거다.
돌아가는 속을 다알고 있던 출판사 사장 친구란 사람이 내게 수고했다며 자긍심을 가지라고 했다.
천하의 도쿠가와이에야스 작업을 했다는 것에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난감했다.
분명 비참한 기분이 들어야는데그렇지 않은게 더 이상했다.
다행히도 그 만화는 시장에 뿌려지지 않았다.
유통경로를 몰라선지 출판인으로서 양심이찔려서였는지 확인할 순 없지만.

그래서 결론은 섣부른 위로는 하지말자.
칭찬을 하려거든 칭찬받는 사람이 기분좋은 일인지 정확히 알고 하자. 끝~

덧- 글쓰고나서 확인. 정확한 제목은 가케무샤도쿠가와이에야스 우리식으로 읽으면 영무자덕천가강입니다.


덧글

  • 개성있는 얼음여왕 2020/06/10 02:00 # 답글

    창작자로서 자기 프라이드와 창작의 시간을 가져보심이.
    돈을 좇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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