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오르다

2019.4.13


중국 연길에서 태어난 조선족 가이드 김국철씨가 말했다.
백두산 천지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나는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삼대까지야.
그런데 아니다.
열 번 오르면 천지를 볼 수 있는 날은 한 두 번이라고 한다.
최소 확률 5분의 1에 들어야만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백두산은 언제나 오를 수 있는 동네 뒷산이 아니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 기껏 올랐는데 천지를 보지 못하고 내려온다면얼마나 허무할 것인가.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시원이다.
한반도에 있는 산줄기는 모두 백두산을 향해있다.
동네 뒷산 능선을 타고 가다보면 언젠가 백두산을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천지는 백두산의 알파요 오메가다.
천지를 빼놓고는 백두산을 말할 수 없다.
천지는 만주 대륙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송화강의 발원지다.
한국과 중국의 경계가 되는 압록강과 두만강의 물 역시 백두산에서 비롯된다.

중국최고 지도자 등소평은 백두산 천지에 세 번 올라 세 번 다 봤다고 한다.
그에 반해 강택민은 다섯 번 올라 다섯 번 다 못봤단다.
등소평은 개혁개방으로 중국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인물로 강택민은
부정부패를 심화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산!
그런데 허무했다.
그토록 열망하던 산을 아무 노력없이 차로 오른 것이다.
다른 코스는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가 간 북파는 대피소에서
단 200미터만 걸으면 그 유명한 천지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올라야 산 정상에 오른 기쁨을 느낄텐데 단 몇 분...
그럼에도 기분은 좋았다.
이 곳이 바로 백두산 천지란 말인가~

우리 일행은 운이 좋았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지를 바로 보았으니 말이다.
백두산 천지는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엄청난 강풍으로 눈을 뜰 수 없는 것은 물론 몸조차 가누기 힘들었다.
그러다 잠시 강풍이 멈추면 눈덮인 백두산 천지가 바라다 보였다.

“우와~천지다. 만세~만세~”

나도 모르게 감격에 겨워 만세를 불렀다.
하지만 천지는 자신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단 바람이 멈추는 단 몇 초동안 자신을 보여준뒤 다시 모습을 감춘다.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최대한 머무르고 싶었지만 추위는 살인적이었다.

불과 천지에 오른 지 불과 10여분만에 대피소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백두산은 우리민족 뿐 아니라 만주에 터 잡았던 북방민족모두 신성한 산으로 여겼다.
고구려 무덤 속 주인의 머리가 향하는 곳은 모두 백두산이라고 한다.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려 세운 거대한 비석은 인근에 있는
돌이 아니라 백두산의 돌이란 이야기를 어느 다큐를 통해 들었다.

나는 백두산 천지뿐 아니라 끝없이 펼쳐진 백두산의 숲을 보고깊은 감명을 받았다.
설악산이나 지리산도 장엄하지만 백두산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언젠가 다시 올라 식생을 찬찬히 살펴보고 싶다.
아니 욕심을 좀 더 부려 중국이 아닌 북녘땅을 통해 천지에 오르고 싶다.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내 나라에 있는 산을 왜 다른 나라를 통해 올라야한단 말인가!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