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와 미국 그리고 성조기 에세이(手筆)

2017.2.27

조선 후기 이 땅의 지식인들은 스스로를 ‘소중화’라 일컬었다.
상국으로 섬기던 명나라가 오랑캐인 청에게 망했으니조선이 그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청은 명을 망하게 한 철천지원수.
마치 금수와 같아 상대할 가치가 없었다. ...
강압에 못 이겨 청의 연호를 쓰고 있지만 유생들은 명의연호를 고집했다.
그리하여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숭정은 중국 역사상 가장오랫동안 쓰인 연호가 되었다.
무엇보다 조선을 명나라에 속한 나라로 보았다.
비문 첫머리에 쓰이던 ‘유명조선’이 이를 증명한다.

유명조선으로 시작한 비문은 숭정 180년 숭정 203년이런 식으로 끝을 맺는다.
병리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실재 명나라는 중국 역사상 최악의 왕조였고 재조지은의은혜라는 것도 자기들이 살기 위한 선택이었을 뿐이다.
금수와 같다고 여기던 청은 명보다 훨씬 더 진일보한사회를 이룩했다.
그럼에도 조선의 지식인들은 눈을 감았다.
현실을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새로운 것을 알려고도 하지않았다.
성리학이란 단일한 이념을 끝까지 고수했다.
안에서 싹트고 있던 새로운 생각을 잘라냈고 밖에서 들어오는생각을 차단했다.
천주교도 수천명이 목숨을 잃은 신유박해는 조선사회의
폐쇄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정은 그럴듯한 말로 대량학살을 정당화했지만 본질은
하나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이다.

지난 토요일 시청역을 지나다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수많은 노인들을 보았다.
노인들은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왜곡된 형태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럴 수도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성조기를 보는 순간 기시감에 몸서리가 쳐졌다.
명나라가 망한지 200년이 지나서도 숭정연호를 고집했던지식인들의 형태가 겹쳐졌다.
비문 첫머리에 쓰던 유명조선이란 문구가 성조기로 대체된 것이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그나마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저 극단적 사대주의가 자신들의이해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조기를 든 노인들은 다르다.
박근혜 최순실은 가난하고 힘없는 노인들 편이 아니다.
재벌들 편이고 미국을 조국으로 여기며 단물만 빼먹는검은머리 한국인들 편이다.
미국의 무기를 사들이며 리베이트를 먹는 방산업자들 편이다.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국방장관 한민구 같은 자들 말이다.
번지수를 잘못 짚고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든 노인들.
불쌍타.
저 노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하지 않고
재벌 편을 드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한
장면을 2017년 2월 박근혜 탄핵 정국과 함께 목도하고 있다.


덧글

  • 홍타이지 2019/04/13 20:43 # 삭제 답글

    유리한것만 갖다 쓰시는군요 그시절 신교구교끼리 수없이 잡아죽이고 노예잡아다쓰는 서구는 폐쇄성 대신에 어떤것이 있습니까. 칭제한 고종은 나라를 몇년이나 간수했습니까? 명나라에게나 미국에게나 파병의 피값은 어떠한 형태로도 치루게 되어있습니다. 보기 남사스럽더라도요. 탄핵이후 얼마나 대단한정부가 나왔는지 보고계십니까? 여기서는 조선시대 사화를 떠올리실수 있는 상상력이 안생기십니까?
  • 홍타이지 2019/04/13 20:57 # 삭제 답글

    이 두번째 댓글은 작성자님은 향한것은 아닙니다.
    한국은 아직 조선시대입니다. 우리는 명나라 연호 대신 사막신의 연호를 쓰고있으며 사드나 의전에서 볼수있듯이 중국은 여전히 상국의 행세를 하고, 미국의 보호가 없으면 주권이 위태로운 지경에 있어 상납을 하고있습니다. 개개인의 행태도 서구의 사상을 맹목적으로 믿고 따라 이를 바탕으로 자국민과 자국을 비난하고 훈계하는것을 즐기는 꼴입니다. 중국의 유학을 숭상하여 따르는꼴과 하등 다를게 없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