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죽는다 에세이(手筆)

삶이 영원하지 않고 유한하다는 것을 처음으로느꼈던 것은 여덟살 때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상여가 나가는 것을 보고 나도모르게 몸이 굳었다.
알 수 없는 슬픔에 가슴이 아릿했다.
상여가 사라진 뒤에도 상여에 매단 형형색색의 꽃들이눈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죽은 이가 머무는 집 무덤.
하교 길에 무덤을 혼자 지나칠려면 소름이 돋았다.
생긴 지 얼마 안되는 무덤은 더 무서웠다.
나는 무덤을 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 힘껏 달렸다.
최대한 무덤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하지만 죽음은 늘 집 가까이 있었다.
집 앞에도 무덤이 있었고 집 뒤에도 무덤이 있었다.
밤에 변소를 가는 일은 공포 그 자체였다.
무서움을 이기기 위해 동생을 불러 함께 갔지만 두려움이사라지지는 않았다.
죽은 원혼이 등 뒤에서 나를 붙잡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는 신을 믿지 않았다.
부처도 안 믿었다.
세상에 귀신따윈 없다고 했다.
당숙이 죽을병에 걸렸는데도 병원에 가지 않고 예수를찾고 있는 것을 한탄해 마지 않으셨다.
오래지 않아 당숙은 돌아가셨고 초상집에 다녀온 아버지는종교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다고 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믿었다.
귀신이 없다고 생각하니 무덤을 지나는 것이 덜 무서웠고변소에도 혼자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슬펐다.
삶이 영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건넌 마을 욕쟁이 할머니도 죽고 강아지도 죽고산짐승도 죽고 풀벌레도 죽고.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는다.
나는 이 대전제 앞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나고 싶었다.

하루를 산다는 것은 죽음에 한 발 더 가까이다가섬을 의미한다.
오늘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죽어가고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부음 앞에 나는 흔들린다.
나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슬프고 끝내 내가 죽어야한다는 것이 슬프다.

만약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무덤을 지나가야 한다면 어떨까?
어릴 때와 달리 덤덤하게 지나갈 수 있다.
뭍힌 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생각해 볼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죽음에 대한태도는 달라졌다.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다.
가끔은 어린 날 신작로에서 보았던 상여를 떠몰리며 돌아올 수없는 날을 생각하기도 한다.
삶의 유한함을 처음으로 느꼈던. 그날...


덧글

  • dheh 2019/05/04 15:25 # 삭제 답글

    글이 너무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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