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4일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

라디오 연속극'삼국지'를 듣기 위해 꼭두새벽 졸린 눈을 비벼 뜨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제 나이 열 한 두살 무렵이었는데 '내일 이 시간에'라는 나레이터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중학교 때엔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 일부를 보았고 고등학교 1학년 땐 한학자 김구용이 번역한 "삼국지"
전 권을 읽었습니다.  이십대엔 이문열의 "삼국지" 를 읽었죠.
특히 이문열의 삼국지는 한 번 읽은 뒤에도 몇 번을 거듭해 읽었습니다.
문득 삼국지의 한 대목이 궁금해 책장을 펼쳐들면 어느덧 한 권을 다 읽고 다음 권으로 넘어가는 악순환(?)이
계속 됐던 거죠.


삼심대엔 삼국지에 대해 기술한 책들을 몇 권 봤습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장수 순위를 매기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책에서부터 당 시대의 사회상을 심도있게 고찰한
책까지  어느 것 하나 재밌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시리즈 "삼국지"도  볼만했습니다.
삼국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해석은 없었지만 엄청난 공력으로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불혹의 나이인 2008년 7월. 
영웅본색, 첩혈쌍웅, 브로콘 애로우, 페이스 오프의 감독, 오우삼이 만든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을
서울의 한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스토리라인은 부자연스러운 면이 좀 있지만 그래도 죽여주더군요.
삼국지의 영웅들이 저렇게 스크린 위에 살아 움직이다니...
특히 영화 후반부에 보여준 구궁팔괘진이라는 진법묘사는 압권이었죠.
어떻게 저런 걸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며 새삼 인간이란 존재가 무섭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개인은 무력하기 그지없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재능이 모이고 그 재능을 시험케 할 자본이 뒤따를 때 바로
"적벽대전"과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거겠지요.


암튼 입장료 8000원이 아깝지 않았고 한 번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알아보니 제가 사는 오산에선 입장료가 6,000원에 조조나 심야는 5,000원이라네요.
그래서 조만간  한 번 더 극장을 찾을 생각입니다. 제가 나름 삼국지 매니아라면 매니아니까요.

헌데 왜 삼국지를 만화로 그려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을까요?

by 모두루 | 2008/07/14 02:35 | 책, 영화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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