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11일
기어없는 내 자전거
아스팔트 위를 달린다. 내리막과 비탈진 오르막 그리고 평평한 길 ,,,,
가로수가 줄지어 늘어선 아스팔트는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다 . 다만 아스팔트 도로위를 자전거 한 대에
의지해 달릴 뿐이다

자전거 폐달을 내밟는 두 발은 지름 50cm가 채 되지않는 원을 그리며 동력을 만들어낸다.
아스팔트의 마찰은 물론 공기의 저항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
이 힘은 오로지 나의 두 발에서 나온다.

두 개의 바퀴를 지탱하는 바큇살. 그 바퀴살 돌아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면 힘껏 폐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내리막 길은 그저 자전거에 몸을 맡기면 그만이다.

바람이 불어도 좋고 불지 않아도 좋다.
둘 다 공기의 저항을 받으며 달리기는 마찬가지.
어차피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갈 뿐 뒤로 갈 수 없는 운명이다. 
 
바람을 안고 달리면 내 검은 머리카락은 어느새 뒤로 날리고 빨리 달릴수록 바람은 더욱더 감미롭게 
내 얼굴에 와닿는다. 

이 나라는 산이 많다. 산이 많은만큼 오르막도 많다.  걸어서도 힘들지만 자전거는 더더욱 힘들다.
엔진에 의지해 달리는 차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경사가 가파른 언덕길을 오를치라면 엔진은 과열되고 과열된만큼 노즐을 타고 흘러드는 기름의
양도 많아진다.

어쨌거나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기 마련이고 오르막을 넘어야 비로소 내리막이 보인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여서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내리막이 있는 반면 용을 쓰고 올라야 하는 오르막이 
있는 법이다. 

평탄한 길 저 너머 보이는 고개길 !  
공기의 저항을 헤치며 있는 힘껏 폐달을 밟는다.
최대한 탄력을 받아 고개길을 오르지만 탄력은 이내 끝이 나고 남은 것은 오로지 두 다리의 힘으로 
넘어서야 할 고개!  
엉덩이를 안장 높이 들어올린 채 온 체중을 실어 폐달을 밟는다. 

오르면 오를수록 높아지는 경사.
어느새 자전거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숨소리는 더욱 가빠진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  맥박은 빨라지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다.
자전거에서 내려 잠시 숨을 고른 뒤 고갯길을 넘어갈 수도 있건만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오기를 부린다. 

적은 힘으로 큰 힘을 끌어내주는 기어.  그래서 저마다 자전거에 기어를 달지만 내 자전거엔 기어가 없다.
작동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원래 없다. 기어달린 자전거는 왠지 잔머리를 굴리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싫었다.
오로지 내 두발을 동력 삼아 달리고자 했고 그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지금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자전거를 살 당시엔 그랬다. 

오로지 내 두발을 동력삼아 오르는 고갯길 ,,,
자전거 페달의 톱니바퀴가 힘겹게 체인을 감아 올리며 당장이라도 멈추어 설 것 같은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간다.
내 숨소리만큼 커져가는 삐걱거리는 자전거 체인. 한계에 다르른 것인가? 
내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체인이 금방이라도 튕겨 나가거나 폐달이 부러질 것 같아 불안하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다. 

드디어 고갯마루! 차오르는 숨을 진정시키며 내의까지 젖어든 땀을 바람에 말린다.
이제 내리막길만 남았다. 
힘들게 폐달을 밟지 않아도 자전거는 미끄러지듯 바퀴를 굴리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내리막길에서 바람의 저항에 내 몸을 맡겼다.  
by 모두루 | 2005/10/11 18:42 | 에세이(手筆) | 트랙백(2)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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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이오공감의 흔적 at 2005/10/1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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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저널리즘과 윤리강령  by 건전초딩13세사실확인 없이 터뜨리고 보는 무책임한 폭로 저널리즘, 실수나 해프닝을 꼬투리로 잡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가차(gotcha 딱 걸렸어!) 저널리즘, 폭력과 섹스로 대변되는 황색...Tip, 어떻게 주시나요?  by marlowe얼마 전 사촌형과 얘기를 하다가 이발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오랫동안 이용하는 단골 미용실이 있는 데, 머리 감겨 준 사람에게 팁을 준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팁의 액수에...매니아의 기준?  by 직장인아래 취미 얘기를 쓰다보니 문득 생각나는게..단순히 관심......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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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자전거의 추억
기어없는 내 자전거 내 의견으로는, 자전거라면 기어다. 기어라는 게 어떤 동력을 추가하는 건 사실 아니며, 힘을 좀더 영리하게 쓸 수 있게 해줄 뿐이다. 여자이고 다리힘이 없다보니 기어없는 자전거로는 웬만한 언덕은 택도 없기 때문에 하는 소리지만... 언덕이 저만치 보일때쯤 기어를 따라락 소리내며 돌려서 낮추는 느낌, ......more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0/11 18:47
기어없는 자전거, 참 정직한 에세이네요. 모두루는 이렇게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구나. 괜히 든든해 지는걸요.
Commented by 홍군 at 2005/10/11 21:49
너무 오랫만에 들렀네요.. 그간 안녕하셨는지? ^^;;; 이렇게 장문을... 덜덜덜..
Commented by 백사 at 2005/10/11 22:30
사진이 짤렸어요 -ㅂ-/ 성은이에요 우훙 글 멋있어염
Commented by 난아니야 at 2005/10/12 01:53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는 "풍륜"이라는 근사한 이름이 있던데 형도 이름 하나 지어줘요. 혹시 알아? "자전거 여행"처럼 멋진 책 하나 덕분에 만들게 될지..
Commented by 모두루 at 2005/10/12 02:57
푸훗님/정직하다는 거 칭찬인가요? ^^
홍군님/그러게요~~
백사님/사진이 아니라 그림인디,,,암튼 반가우이~~
난아니야/ 근사한 이름 하나 지어주구료 ^^


Commented by 오늘도 at 2005/10/12 07:02
인간의 모순점이군요.도전과 일탈의 쾌감과 안정이 가져다 주는 편안함 이 둘 모두를 알고 있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겠지요. 좋은글 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모두루 at 2005/10/12 11:33
오늘도님~~저는 오늘도 편히 몸을 뉘며 살고 싶답니다
성취보다는 편안함을 좆아~~
Commented by 손이랑 at 2005/10/12 15:58
링크대려갑니다~~ 좋은데요.
Commented by 흐뭇 at 2005/10/12 16:18
우왓! 축하드려요. 바쁜와중에 잠깐 밸리에 갔더니 모두루님의 글이 공감에 떡하니~ 왜 제가 더 흐뭇하죠?
Commented by 풍경 at 2005/10/12 17:05
내가 사는 이 나라의 지형,그래도 축복받은 땅 아닌가요?
Commented by _푸훗_ at 2005/10/12 17:34
얼- 유명인사 모두루. 풉. 당연히 좋은 의미죠!
Commented by 모두루 at 2005/10/12 19:57
손이랑님/ 저도 링크 걸게요 ^^
흐뭇님/ 네 고맙습니다 이오공감은 생각도 안했는데,,,
풍경님/ 갈수록 내가 사는 이 나라가 좋아져 ^^
푸훗님 / 엨 유명인사? 암튼 고맙습니다 ^^
Commented by 난아니야 at 2005/10/13 03:40
오호 축하해요. 글이 범상치않더만...자전거 이름 말예요. "모두륜"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모두루가 모듀륜을 몰고.....으하하
Commented at 2009/01/2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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