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오락실은 어디 갔을까? 그림(畵)

(그림을 클릭하면 더 잘보여요)

모처럼 끄적 끄적...
80 년대 초중반 전자 오락실 풍경...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옛날 전자오락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어 대충 얼버부림...


중학교 2학년 때였나?
나는 한 참 전자 오락에 미쳐 살았다
학교가 파하면 곧장 전자 오락실으로 달려갔다
심지어 학교 가기 전에도 전자오락실에 들러 잠깐씩 오락을 하곤했다

오락 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항상 어머니에게 참고서를 산다고
거짓말을 해서 조달했다
덕분에 넉넉하지는 않지만 하루 몇 판씩 오락을 할 수 있었다

내가 하는 오락은 갤러그 딱 하나였다
다른 녀석들은 이미 갤러그를 마스터하고 너구리를 비롯 다른 걸로
옮겨 갔는데 나는 줄 곧 갤러그 하나만 붙잡고 늘어졌다

이유는 다른 녀석들 처럼 점수가 올라가지 않아서였다
다른 녀석들이 보통 7~80 만점을 내는데 비해 나는 죽도록 매달려도
30만점을 겨우 넘길까 말까였다

한 번은 기적적으로 40만 점을 넘겼는데 이후 한 번도 40만 점을 넘기지 못했다
아무리 승부욕을 불태워도 다른 녀석들처럼 점수가 올라가지 않음에
미칠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 참 오락에 열 올리다 어느 순간부터 관심이 만화로 옮겨갔다
만화방에서 이현세의 만화를 싸그리 훑어 읽은 다음 허영만 만화와 고우영
그리고 이재학 만화를 읽었다
그렇게 만화에 빠져 살다 연합고사를 보기 위해 만화책 보는 것을 잠시 접었다

드디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학교가 파함과 동시에 아이들은 너나할 것없이 오락실로 향했다
나도 아이들을 따라 나섰다

오락실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 넘쳐났다
오락실엔 갤러그와 너구리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제비우스...
모두들 제비우스에 열광했다
그래픽과 음향 모두 너구리나 갤러그에 비할 바 아니었다

나도 제비우스에 도전했다
그러나 제비우스는 갤러그와는 차원이 달랐다
나에게 제비우스는 너무나 빨랐고 복잡했다
할 수없이 철 지난 갤러그만 붙잡고 늘어졌지만 그 한계가 너무나
명확해서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내게는 오락보다 더 재밌는게 있었으니 다름아닌 만화였다
나는 오락대신 만화방에서 만화를 보며 세월을 보냈다
더 이상 나는 오락실에 가지 않았다

80년대를 지나 90년 대에 접어 들어서도 오락실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지만
서서히 그 자리를 퍼스널 컴푸터에게 내주기 시작했다
컴푸터가 널리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게임을 하기 위해 꼭 오락실을
가지 않아도 되었다

나도 96년인가 386 컴푸터를 하나 어디서 구입해 몇 날 며칠 테트리스에
매달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점수를 올리려해도 점수가 형편 없었다
당연히 게임에 흥미를 잃었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게임을 하지 않았다
게임을 했다면 어쩔 수 없는 경우였고 그나마 하는둥 마는둥이었다

나는 그때를 제외하고는 게임이라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비단 전자오락이나 컴퓨터 게임 뿐만 아니었다
장기도 그렇고 바둑도 그렇고 화투와 카드도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 탈선의 주범이라 여기곤 했던 당구도 그랬고 친구따라
갔던 경마장과 경륜장에서는 내내 하품만 해댔다
군대에서 있을 때 우리 병들 사이에서 한 참 짤짤이 붐이 일었을 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게임도 인생을 사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라면 나는 그 즐거움을 놓치고 사는
셈이 된다
그러나 그걸 모른다고 해서 삶의 내용이 빈약해지는 건 아니다
오리혀 그 즐거움에 빠져들수록 치루어야 할 댓가는 커진다
촌음을 아껴야 할 시간은 물론이고 가지고 있는 재산마저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잡기는 어느정도 필요하다
특히 비지니스나 사교를 위해선 더 그러하다
그러나 생기지 않는 관심을 억지로 불러 일으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여튼 어디선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테지만 전자오락실이 우리 주위에서
하나 둘 자취를 감춘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피시방이 대신하고 있다
말하자면 각 가정에 보급된 컴퓨터와 피시방이 전자 오락실인 셈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지나온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나 역시 내가 자라왔던 80년 대에 향수를 느낀다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찾아가곤 했던 동시상영 극장과
쥐포를 구워 먹으며 책장을 넘기던 만화방과
성적 호기심에 친구들과 찾곤하던 쪽방과
그리고 지금은 사라져 보이지 않는 전자 오락실....

아무튼 서슬퍼런 군사정권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던 시절,
성적 순위로 모든 가치가 결정되고 입시에 실패하면 낙오인생이 되고마는
상황에서도 우리들은 희희낙낙 뻔질나게 전자오락실과
여타 공부를 방해하는 업소에 드나들었던 것이다

덧글

  • 최용기 2005/03/01 21:04 # 삭제 답글

    요즘은 북적대면서 같이 부대끼면서 공유하는 일이 드물
    어가요. 같이 있으나 따로있는 모래알들 처럼요.친구들끼리
    모이는 일도 친척끼리 모이는 일도 드물죠.제가 대돈 벌면
    아는 사람들 다 집하나씩 줘서 한동네에서 살고 싶답니다.
    누구네 집에선가 고기를 구으면 다같이 몰려가서 먹고 같이
    운동도 하고 술도 먹고 아, 그런날이 올까요......
  • 모두루 2005/03/02 03:14 # 답글

    현대인의 삶이란
    뿔뿔이 흩어져 살기에 어떤 유대감을 갖기 힘들죠
    그립군요 공동체적인 삶이
    저 또한 모래알처럼 흩어져사는 작은 존재인지라...
  • 루씰 2005/03/03 01:35 # 답글

    오락실 풍경의 저 삽화.. 감동입니다.. 멋지네요 역시..
    근데..갤러그,너구리,제비우스.. 세대..시라면..연세가.. ^^;
  • 모두루 2005/03/03 06:11 # 답글

    나이를 묻사오면 도망가고 싶을 따름입니다
    나이는 왜 그리 많이 먹었는지...
    이팔 청춘이라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루씰님
  • Free-rein 2005/03/06 22:52 # 답글

    어느덧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라는 노래가
    제 레파토리가 되어버렸네여...ㅎㅎㅎ

    사람 심리라는 게 간사하다는 게 꼭 맞는 거 같습니다
    속담에 이런 말이 있죠?
    뒷간 갈때 마음이랑 그 후의 마음이랑 같지 않다는...

    학교 다닐땐 빨리 어른이 되어 독립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한 살이라도 깎아 보려고 하는...

    나이를 물으면 앞에 "만 몇세"라는 표현을 쓴다는...ㅋㅋㅋ
  • ckkl 2014/07/10 07:20 # 삭제 답글

    피시방보다 전자오락실이 그 시절이 훨씬,좋았네요.피시방때문에 오락실이 다,사라지고,있습니다.슬프네요.80년대,90년대에 오락실시절이 좋았습니다.그 시절이 그립네요.
  • ckkl 2014/07/10 07:25 # 삭제 답글

    피시방때문에 오락실이 사라지고,있습니다.아무튼 오락실 그때 그시절이 많이 그립네요.피시방은 아무리가도 별루네요.요즘,피시방세대들은 모를겁니다.당연히 피시방을 좋아하겠지요.이게 오락실세대와 피시방세대차이입니다.
  • 만선생 2014/07/23 12:13 # 답글

    같은 전자오락실 세대에게서 느끼는 동질감~~~ 저도 전자오락실이 그립습니다. ^^
  • Foot 2017/09/28 17:31 # 삭제 답글

    요즘도 오락실있습니다.옛날처럼,많지는 않지만,그래도 좀있습니다.그리고,피시방은 싫어서 당연히안가고,피시방때문에 오락실이 많이사라진게,아쉽네요.아무튼,요즘에 오락실에 한번씩가니까,좋네요.
  • Toop 2017/09/28 17:37 # 삭제 답글

    맞습니다.요즘도 오락실있습니다.오락실세대인게,너무좋네요.피시방은 별루네요.저도 오락실에 자주갑니다.피시방보다 오락실이 훨씬좋네요.
  • Scch 2017/09/28 17:43 # 삭제 답글

    피시방보다 오락실이 좋네요.역시,오락실이 최고입니다.전자오락실이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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