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2월 05일
여전하구나

입춘을 맞아 가족과 함께 장성 백양사 천진암으로 삼재풀이를 다녀왔다.
다녀오는 길에 장성의 할아버지 산소와 작은아버지 댁에 들르고 김제 황산에 있는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아버지 산소를 두르고 있는 잔디는 여전히 잘 자라고
가족과 함께 심은 대추나무, 반송. 허깨비나무, 영산홍, 사철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벚나무, 동백나무,
감나무, 앵두나무, 자두나무, 매실나무, 단풍나무도 겨울 추위를 이기며 여전히 잘 자라고 있다.
우리가 심은 건 아니지만 아버지 산소, 일부를 두르며 바람막이를 해주는 소나무들도 여전하긴 마찬가지다.
인간세상이 난마처럼 얼키고 설켜 돌아가듯이 나무와 풀들도 자연의 순리에 맞춰 싹을 틔우고 생장판(?)과 부름켜를
키운다.

by 모두루 | 2010/02/05 07:19 | 날적이(日記) | 트랙백 | 덧글(4)
2010년 02월 02일
수락산
수락산 가는길. 당고개행 전철안에서 바라본 불암산과 마들 풍경. 서울이 산중도시란 걸 일깨워주는 풍경이다.
지난 12월 30일 불암산 종주 이후 꼭 한 달만의 산행...
산행 루트는 불암산 능선의 끝이자 수락산 능선의 시작인 덕능고개에서 수락산 정상이다.
4호선 종착지인 당고개역에서 버스를 타고 덕능고개에 왔다.
덕능고개에서 바라본 수락산...
군부대와 송신탑이 미관을 해친다. 우리나라 어느 산을 가도 들어서 있는 군부대시설...
만약 분단이 되지 않았다면 역대 정권이 분단을 이용해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군부대가 서울에
밀집해 있을 이유가 없겠지.
군부대 철조망과 한 길로 나있는 등산로.
한참을 걸어서야 마침내 군부대 철조망이 마침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만큼 군부대가 산의 큰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어쨌든 산 정상은 시야에서 조금 더 가까워졌다.
숨을 몰아쉬며 등산로를 따라 걷고 있는데 난데 없이 싸리눈이 내린다.
덕분에 예정보다 일찍 아이젠을 꺼내든다.
싸리눈을 맞으며 얼마 쯤 걸었을까?
치마바위라는 곳에 이르르니 어디선가 비질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호기심에 소리나는 곳으로 다가가보니 어느 분이 바위정상에서 눈을 쓸고 계셨다.
등산객들에게 막걸리를 파시는 분이셨다.
헌데 계속 투덜투덜, 여간 불만이 많은 게 아니다.
왜 아니겠는가? 난데없이 내리는 눈으로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됐는데...

치마바위에 올라 바라본 풍경. 날이 흐려 전망은 포기해야 했다.
정상 가는 길. 바위틈새로 자라고 있는 나무들 모습이 이채롭다.
코끼리 바위. 어째서 코끼리 바위란 이름이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세번째 찾는 수락산.
날이 흐려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다. 그런데 참 사람많네.
일요일이서 특히 더 그렇겠지. 산이 아파하는 소리가 들린다.
역설적이지만 산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은 산에 오지 않는 것 같다.
덕능고개를 출발한지 두시간 사십분만에 해발 637m 정상에 섰다.
역시 가까운 바위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산 정상 아래 자라고 있는 소나무.
나무들 가운데 미감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나무는 아마도 소나무가 아닌가 싶다.
내려가는 길.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산 사면(斜面)엔 눈이 수북하다.
양지에서 잘 자라는 노간주나무. 주위에 눈 쌓인 흔적이 없다.
수락산계곡에서 바라본 또 하나의 봉우리. 바위위에 올라선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수락산 계곡의 맑은 물 ...내려가는 등산로가 질펀거려 많이 미끄럽다. 덕분에 넘어지고 또 넘어질 뻔한 게 여러번...
조선 영조 때의 권신 영풍부원군 홍봉한의 별장 우우당(友于堂).
지금은 덕성여대 생활관 안에 안채의 일부만 남아 있는데 관리가 잘 안되고 있는 듯...
사진은 담장 바깥에서 발을 디디고서야 겨우겨우 찍을 수 있었다.
by 모두루 | 2010/02/02 05:58 | 여행 | 트랙백 | 덧글(4)
2010년 02월 01일
사이사이 36

2010.2.1 한겨레신문 25면

이거 그리고 있는데 햄버거가 너무너무 먹고 싶은 거다.
시간은 모두가 잠든 새벽 4시.
곧장 가까운 편의점으로 달려가 1,500원짜리 햄버거 하나와 700원짜리 우유를 사서 먹었다.

아~
이 포만감을 뭐라 표현할까?
언행이 일치하지 못하는 점 심히 부끄럽지만 2,000원 조금 넘는 돈으로 너무너무 행복했음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한다.
종현아 미안... ^^




by 모두루 | 2010/02/01 07:27 | 트랙백 | 덧글(8)
2010년 01월 28일
표범
전쟁이 일어나기 얼마 전, 어스름 저녘의 일이다.
전라북도 순창에서 상을 팔고 전라남도 장성으로 가기 위해 꼭두재를 넘던 아버지는 이상한 물체를 보았다.
처음엔 반디인가 싶었으나 반디는 아니었다.
고개를 넘을 때 이따금 마주치던 멧돼지도 아니었다.
그 것은 표범이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향해 몸을 잔뜩 웅크린 한 마리 표범...
오금이 저린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단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
녀석도 아버지가 두려웠던 것일까?
녀석은 이내 숲으로 사라졌고 아버지의 등줄기와 이마엔 식은 땀으로 가득했다.

3년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셀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고 국토는 쑥대밭이 되었다.
특히 빨치산 활동의 근거지가 되었던 산들은 남김없이 불타올랐다.
그 과정에서 호랑이를 대신해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던 표범은 씨가 말랐다.
아마 그날 아버지가 봤던 표범은 전쟁으로 서식지를 잃어 굶어죽거나 살아남았다고 해도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가진 못했으리라.
전쟁은 힘있는 일부 사람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힘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재앙이다.
하물며 그 힘없는 사람들에게조차 서식지를 빼았긴 야생동물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by 모두루 | 2010/01/28 06:25 | 날적이(日記) | 트랙백 | 덧글(2)
2010년 01월 24일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한동안 빈둥거리며 놀기만했습니다.
책을 읽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음악을 듣다 지치면 잠이 들고...
이래선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습관처럼 굳어진 몸은 부지불식간 그렇게 작동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 출판사와 책을 내기로 계약을 맺은 것이 지난 11월 말.
당연 그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데 몸은 언제나 그 반대방향으로 나아가곤 했습니다.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이랄까요?
누가 손 내밀어 건져주면 좋을텐데 주위를 돌아봐도 사람은 하나도 없고...
스스로 동력을 가동하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에 옴찍달싹 못하고 갇혀버린 셈이죠.

며칠 전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저 혼자서 없는 동력을 쥐어짜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른바 자가동력시스템이랄까요?
생각만해도 진저리쳐지던 그 작업...
헌데 막상 붙들고 늘어지다보니 또 그런대로 할만합니다.
탄력도 좀 붙는 것 같고...

이미지는 그 진저리쳐지는 작업물 가운데 한 컷입니다.
아버지가 우리 형제들에게 귀가 닳도록 했던 전쟁이야기지요.
....

밤을 샜더니 조금 피곤하네요.
글도 잘 안써지고...
이제 그만 자야겠습니다.
by 모두루 | 2010/01/24 08:38 | 만화 | 트랙백 | 덧글(6)
2010년 01월 24일
피자 한 판

며칠 전 서울 명동에서 가졌던 어떤 모임.
모임에 참석한 인원 중 그나마 주머니 사정이 나은 미스타 황이 피자 두 판을 사서 두 조각씩 나누어 먹었다.
실가는 데 바늘 가듯 콜라도 한 잔 마시고...
덕분에 요기는 물론이고 포만감에 젖어 배를 두드릴 수 있었다.
돌아보건데 지난 시절, 피자를 이렇게 맛있게 먹으리라곤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담백한 우리 음식에 익숙한 나머지 느끼하기 그지없는 피자가 몸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입맛도 길들여지기 마련...
자꾸 먹다보니 느끼함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치즈를 별 저함감 없이 먹을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쫀득거리는 치즈의 맛을 즐기게 됐다.
천지개벽,
상전벽해...
입맛의 변화를 이런 말들로 설명할 수 있을까?
길들여진다는 거... 참 간단하다.
부지불식간 이렇게 길들여지니 말이다.
생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자신의 존재이유를 누군가로부터 길들여지는 것으로 증명하려 했지만...
(읽은 지 하도 오래되어 내용이 잘 기억 안난다.)
by 모두루 | 2010/01/24 00:35 | 날적이(日記)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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